언제부턴가 여행이 여행객과 현지 주민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일이 됐다. 너무 많 은 여행객이 한 지역에 몰리는 ‘오버 투어 리즘(Over Tourism)’ 얘기다. 인기 여행 지를 찾은 여행객에겐 교통 체증과 혼잡 한 인파에 밀려 피로만 더하는 여정이 다 반사다. 레스토랑에서 밥 한끼 먹으려고 긴 줄도 감내해야 한다. 현지 주민도 불편 을 호소하긴 마찬가지. 여행객이 훑고 간 자리에 쌓인 각종 오물에 진저리를 친다.
이 같은 오버 투어리즘의 문제가 부 각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로 발 걸음을 돌리려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종전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 베네 치아나 로마 같은 유명 도시로 향했다 면 이젠 사르데냐 섬이나 리비에라 같은 인적이 드문 지역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일본 비탕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일본 온천 이 급속도로 산업화·대형화 길을 걷던 1975년, 온천과 온천 숙소 고유의 문화 와 전통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380년 전통 간직한 비탕 이에 따라 비탕의 기준도 마련됐다. 비탕은 숙소 안에 온천 원천인 용출 샘 을 갖춘 곳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온천으로 알려져 온천과 관련한 역사를 지닌 곳 프랜차이즈나 체인 형태가 아닌 주인이 직접 숙소를 경영하는 곳 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본 전국엔 비탕이 올해 기준 166곳이 등록돼 있다. 비탕이 가장 많은 곳은 혼슈 동북부에 있는 도호쿠 지역이다. 그중에 아키타현 산골 너도밤나무 숲속에 자리한 뉴토온천향의 쓰루노유 온천은 일본을 대표하는 비탕으로 손꼽 힌다. 3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숙소와 자연 그 대로의 우유 빛깔 온천수로 뉴욕타임스 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에도시대 말기에 지어진 억새 지붕 건물은 일본의 국가유 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쓰루노유에선 전깃줄·전봇대·TV도 없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쓰루노유의 사토 회장은 “세상엔 좋 은 건물, 화려한 음식, 고급 서비스를 경 험할 수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가끔 깊은 산속에서 소박한 음식과 온 천을 즐기며 온전히 쉬고 싶을 때도 있 다”며 “그럴 때 비탕이 안성맞춤이다. 오랜 세월과 자연이 묻어나는 공간은 긴장을 풀어주고 집처럼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쓰루 노유엔 인위적인 것이 별로 없다”며 “원 천이 그대로 노천 온천이고 돌과 나무 등 자연 그대로가 숙소”라고 덧붙였다.
오사와 온천에는 옛 모습 그대로 탕치 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숙소가 있다. 탕 치의 숙박 방식도 일반적인 휴양이나 관 광과 다르다. 방문자가 최소 일주일 넘게 숙박하면서 온천으로 몸에 좋은 기운을 얻길 바란다. 장기간 생활하므로 여행객 이 숙소에 마련된 공동 취사장에서 직접 요리하고 이불 정리나 방 청소도 스스로 한다. 작은 일본 마을에서 색다른 온천 문화를 통해 천지의 기운을 체험하고 싶 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다.
여행자 수첩
비탕을 즐길 수 있는 일본 도호쿠 지역으로 찾아갈 수 있는 직항 항공편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 나항공이 있다. 대한항공은 매주 수·금·일요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오모리 공항으로 가는 노선 을,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 공항으로 가는 노선을 각각 운영한다. 도쿄로 도착한 후 JR동일본 패스를 이용해 신칸센이나 다른 열차로 도후쿠 지역에 갈 수도 있다. 온천 숙 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쓰루노유 온천 홈페이지(www.tsurunoyu.com)와 오사와 온천 홈페이지 (www.oosawaonse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리=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자료 : 일본정부관광국(JNTO), 동북관광추진기구, 인페인터글로벌 <도호쿠 홀리데이>< 저작권자 © 중앙일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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