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못 봐도, 음치·박치도 "스마트폰, 내 노래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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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싱어송라이터

직장인 김아람씨가 지난달 21일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올해 태어난 조카를 위한 노래를 작곡해 부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음계를 몰라도,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음악 창작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악 창작 기술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작곡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일반인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노래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들이 손수 제작한 노래를 영상으로 촬영해 올린 ‘#작곡스타그램’ 게시물이 1만여 건 넘을 정도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기 위해 음악을 만든다. 누구나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음악의 진짜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다양한 기능 작곡 앱 활용
피아노 없이 멜로디 붙여
흥얼거리는 소리를 악보로


  
누구나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피아노가 없어도 스마트폰의 건반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연주하고, 화성법 같은 음악 전문 지식이 없어도 흥얼거리는 노랫가락만으로도 악보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악기 연주와 음악 이론으로 중무장한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작곡의 장벽이 한층 낮아진 것이다. 
   
이 덕에 어린 학생들도 손쉽게 작곡할 수 있게 돼 음악 경연대회 참가 연령 기준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지난해부터 참가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7세로 낮췄다. 작곡 프로그램인 큐베이스·로직·프로툴·FL·에이블톤 등 음악을 만드는 온라인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관련 서적을 읽거나 영상을 보며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혀야 했다. 
   
음악 경연대회 참가 연령 낮아져 

1,2 흥얼거리는 소리를 악보로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험온’과 3 피아노건반을 수련 모양으로 표현한 앱 ‘Lily’ 화면.

하지만 이런 수고도 이젠 필요 없게 됐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만드는 작곡 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건반을 수련 잎사귀로 표현한 작곡 앱 ‘Lily’는 사용자가 피아노를 연주할 줄 몰라도 꽃잎을 하나씩 누르며 자신만의 멜로디를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됐다. Lily 앱의 피아노는 하얀 건반과 검정 건반으로 구성된 기존 틀을 깬 형태로, 게임을 즐기듯 소리가 나오는 수련 잎을 누르며 작곡할 수 있다. 

   
흥얼거리는 소리만 낼 수 있어도 악보를 만들 수 있는 앱도 있다. 작곡 앱 ‘험온’은 사용자가 입으로 내는 소리를 악보로 그려낸다. 앱이 소리의 높이·길이·음감 등을 분석해 이와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아 발라드·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로 완성한다. 사용자는 원하는 멜로디 장르를 선택하고 위에 노랫말을 녹음해 노래 한 곡을 완성할 수 있다. 
   
작곡 앱 ‘뮤직메모’를 이용하면 악기 하나만 조작할 수 있어도 여러 악기의 화음이 더해진 선율을 제작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기타·피아노 등을 치면 앱이 해당 음악 코드를 분석해 이에 맞는 드럼과 베이스 소리를 추가해 준다. 
   
작곡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녹음 스튜디오도 속속 생겨났다. 스튜디오에는 숙련된 음반 제작 전문가가 있어 녹음할 때나 값비싼 전문 음향 장비를 사용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원하는 노래 내용과 스타일을 말하면 그에 맞춰 새롭게 작사·작곡한 노래도 받을 수 있다. 비용이 들지만 음원의 저작권을 양도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제작 기간은 노래마다 다르지만 통상 2주에서 한 달 정도 소요된다.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든다. 
   
일반인 이용 녹음 스튜디오 속속 

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윤재명 짐스튜디오 대표는 “수요층이 상품 광고에 들어갈 음악 제작을 의뢰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엔 자작곡을 만들려는 일반인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부를 노래를 작곡하고 싶어 하는 예비 신랑부터 젊었을 때 음악 그룹 ‘쎄시봉’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어르신들까지 자신만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며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되기도 한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개인 노래 파일을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하는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도 있다. 플랫폼에 올린 음악 파일은 누구나 들을 수 있지만 내려받지 못하도록 설정하는 등 음원 사용 범위도 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국 경인방송 음악PD는 “다른 사람의 음원을 내려받아 CD로 제작해 판매하는 등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음악뿐 아니라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현대 시대에서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점이지만 작곡이 쉬워지고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생기는 이점이 많아 음악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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